• Price
  • Medium
Prev
Next
EXHIBITIONS
Hakgojae Gallery
박광수 ㅣ 흰 우유의 어둠

 

학고재는 2026년 11월 5일(목)부터 12월 5일(토)까지 박광수(1984-)의 개인전 《흰 우유의 어둠》을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라진 존재를 향한 그리움을 바탕으로, 기억과 상상이 결합해 만들어 내는 박광수의 신작을 선보인다. 작가는 유년 시절을 보낸 철원의 자연과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서로 다른 시간에 속한 대상들을 한 화면에 불러 모은다. 익숙한 형상들은 화면 안에서 예상하지 못한 모습으로 변하고,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기묘한 장면들이 펼쳐진다.

 

박광수에게 그리움은 사라진 것을 여전히 존재하게 하는 감정이다. 지나간 장소와 사람, 일상의 장면들을 기억 속에서 불러낸다. 그것들이 현재와 만나는 지점에 무수한 직선과 곡선을 긋는다. 선들은 교차하고 엉키며 촘촘한 그물망을 이루고, 그 사이로 마모되고 흩어진 시간의 파편들이 스며든다. 그러나 그것이 특정한 시절을 그대로 재현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경험한 일에 상상이 더해지면서 어느 시점에도 속하지 않는 몽상의 공간이 나타난다. 작가는 사라진 것을 되찾기보다, 남겨진 흔적을 바탕으로 이전에는 없었던 장면을 그린다.

 

그 바탕에는 작가가 태어나 오랜 시간을 보낸 철원이 있다. 서울과 원산을 잇는 추가령 구조곡이 지나는 이 지역은 오래전 흘러내린 용암이 만든 평야와 산, 강이 어우러진 땅이다. 눈 덮인 들판과 논밭, 옥수수와 벼, 숲과 저수지, 마른 식물이 타는 냄새와 홍수, 불과 연기는 작가의 유년을 이루는 기억이다. 그 땅 어딘가에는 어린 시절 빠진 유치가 묻혀 있고, 아직 발견되지 않은 지뢰도 남아 있다. 여름날 평상에 앉아 옥수수를 먹으며 지뢰지대에서 사람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던 어린 시절의 경험처럼, 평범한 일상에는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스며들어 있다. 여기에 땅속의 굴과 오래전 지표면을 흘렀던 용암의 흔적까지 더해진다. 숲에서 뻗어 나온 가지들은 흩어진 시간을 붙잡는 매듭이 되고, 거미줄처럼 이어지는 선들은 멀리 떨어진 순간들을 한 화면으로 불러 모은다.

 

이번 전시에서 박광수는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던 불가능한 상황을 구체적인 모습으로 드러낸다. 몸은 땅이 되고, 신체에서 빠져나온 뇌는 하늘에 떠오른다. 오래전의 일과 현재의 느낌이 한자리에 놓이고, 자연과 신체는 서로의 모습을 빌려 전혀 다른 존재로 나타난다. 개별적인 대상은 선명하게 보이지만, 함께 놓인 까닭은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 시간의 순서와 공간의 법칙이 어긋난 화면에서는 무관해 보이는 일들이 뜻밖의 계기로 이어진다. 흩어져 있는 파편들이 동시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익숙했던 세계는 낯설게 다가온다.

 

박광수의 회화에서 선은 대상을 구분하는 동시에 장소와 사물을 잇는다. 선 위에 다시 선을 긋고, 이미 그린 부분을 문지르거나 긁어낸 뒤 새로운 물감을 덮는다. 기존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획이 더해질 때마다 분명했던 모습은 흐려지고, 그 자리에 다른 대상이 생겨난다. 이는 철원의 숲에서 부러진 나뭇가지들이 뒤엉켜 어느 가지가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로 이어지는지 가늠하기 어려웠던 그의 경험과도 닮아 있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선들은 일정한 방향이나 질서를 따르지 않는다. 가까운 것이 멀어 보이고, 뒤에 있던 사물이 앞으로 나오며, 대상과 배경의 구분도 무너진다. 그리는 것과 지우는 것을 거듭하는 동안 처음의 모습은 고정되지 않은 채 계속 변화한다.

 

색채 역시 미리 정해진 대상을 채우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어떤 색의 흔적은 명료한 대상으로 발전하고, 어떤 것은 끝내 이름 붙일 수 없는 상태로 남는다. 여러 색의 층이 포개지면서 화면에는 우연히 생겨난 부분과 의도적으로 그린 부분이 함께 남는다. 특히 최근 작업에서 흰색과 어둠은 공간에 깊이를 부여하는 중요한 요소로 등장한다. 다양한 색을 사용하는 박광수에게 흰색은 단순히 밝음을 나타내지 않는다. 강렬한 색과 점차 어두워지는 색들 사이에 놓인 흰색은 오히려 묵직한 중량감을 만들어 낸다. 반면 검은색에 가까운 부분은 공간을 비틀어 놓는다. 일식이 일어나거나 갑자기 구름의 그림자가 드리울 때 익숙했던 장소가 순간적으로 낯설어지듯, 어둠은 화면에 예상하지 못한 깊이를 더한다.

 

전시 제목 《흰 우유의 어둠》은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의 저서 「대지와 휴식의 몽상」에서 착안했다. 바슐라르는 시인 자크 오디베르티(Jacques Audiberti)의 시집 「Race des hommes」(1937)에 등장하는 ‘우유의 비밀스러운 검음(la secrète noirceur du lait)’이라는 표현을 인용하였다. 그는 우유의 두텁고 불투명한 흰색에서 출발해 그 아래에 존재할 법한 어둠을 상상하며, 눈에 보이는 성질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물질의 깊이를 이야기한다. 박광수 역시 자신이 보고 경험한 것을 출발점으로 삼지만, 머릿속에 남은 모습을 그대로 옮기지는 않는다. 그에게 그리움은 부재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라진 것들이 뜻밖의 모습으로 다시 나타나게 하는 힘이 된다.

 

 

Artworks
박광수
너의 정신

2026

캔버스에 유채

90.9x72.7cm

박광수
모든 하늘

2026

캔버스에 유채

91x116.8cm

박광수
모든 하늘

2026

캔버스에 유채

90.9x72.7cm

박광수
모든 하늘

2026

캔버스에 유채

90.9x72.7cm

박광수
모든 하늘

2026

캔버스에 유채

90.9x72.7cm

박광수
모든 하늘

2026

캔버스에 유채

90.9x72.7cm

박광수
마른 식물이 타는 냄새

2026

캔버스에 유채

80.3x65.1cm

박광수
불 밭

2026

캔버스에 유채

116.8x91cm

박광수
백색 물질

2026

캔버스에 유채

130.3x193.9cm

박광수
지뢰와 이빨

2026

캔버스에 유채

45.5x53cm

박광수
추가령 구조곡

2026

캔버스에 유채

90.9x72.7cm

박광수
높이

2026

캔버스에 유채

90.9x72.7cm

박광수
설원

2026

캔버스에 유채

130.3x162.2cm

박광수
앞으로

2026

캔버스에 유

72.7x90.9cm

박광수
유치와 땅굴

2026

캔버스에 유채

65.1x80.3cm

박광수
무당거미

2026

캔버스에 유채

130.3x162.2cm

박광수
모든 하늘

2026

캔버스에 유채

130.3x193.9cm

박광수
모든 하늘

2026

캔버스에 유채

80.3x65.1cm

박광수
옥수수밭

2026

캔버스에 유채

116.8x91cm

박광수
안으로

2026

캔버스에 유채

45.5x53cm

박광수
안으로

2026

캔버스에 유채

116.8x91cm

가로모드를 지원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