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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욱: 더 센테너리 

이상욱 

 

 

한국의 추상미술은 1957년 앵포르멜이 등장하면서 겹겹이 쌓인 물성을 이용해 전쟁의 폐허와 잔상, 감성적 파토스를 표현했다. 이후 1960년대의 기하추상과 1970년대의 단색화의 흐름을 따라 추상미술이 전개되었으나 한국 추상미술은 이러한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다양한 추상 미술가들의 특이성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러한 흐름 내에서 일필휘지를 바탕으로 한 서체적 추상(calligraphic abstraction)과 서정적 기하추상(lyrical geometric abstraction)을 자유롭게 오가면서 그 특유의 추상 세계를 확립한 이가 이상욱 작가이다. 이상욱은 발묵효과나 여백효과를 가장 미학적으로 구축한다. 일필휘지의 즉흥적인 서체도 화면 전체를 강박적으로 채우지 않는다. 선과 색, 물질성과 투명성, 긴장과 이완의 리듬, 마티에르의 중첩된 질감, 그 속을 가로지르는 질주하는 필력은 이상욱의 그림을 새로운 영역의 추상으로 전환시킨다. 이상욱은 어느 한쪽에 전적으로 기대지 않고 양가적 속성을 역이용하는 회화의 방법론을 채택함으로써, 한국 추상의 새로운 미술사적 흔적과 궤적을 만들었다.


「이상욱의 회화적 방법론: 서정적 기하추상과 서체추상」 中 발췌 정연심(홍익대학교 예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