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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정: 매일매일 ( ) 

김은정 

 

 

김은정의 그림 속 인물들은 날씨의 영향을 받지만 스스로 날씨를 만들기도 한다. 그들은 공중으로 흩어지는 연기 속에서, 휘날리는 눈송이 속에서, 문득 새 정신이 깨어나는 것을 느끼고 변화를 일으킨다. 바깥 날씨가 매일매일 달라지는 것처럼, 내면의 날씨도 매 순간 달라진다. 그 미세한 움직임을 알아채는 순간은 우연한 마주침이나 반복에 균열을 내는 사소한 사건과 관련될 것이다. 나비의 날갯짓처럼 아주 여린 세기로 시작된 변화는 어느새 내면의 풍광을 뒤엎고, 나아가 바깥 환경 전체의 리듬에 영향을 미친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이 날씨에 참여한다. 동물들도 마찬가지다. 다른 말로 하면, 지구라는 공통된 기반 위에서 객관적으로 공유되는 날씨가 있고, 그에 반응하여 시시각각 일어나는 주관적 날씨들이 있다. 이 두 종류의 날씨가 서로 교차하며 무수한 분위기가 생성된다. 우리는 바로 이런 분위기의 순환 속에서 하루하루 숨쉬며 살아간다

 

김은정의 《매일매일 ( )》은 바로 이런 시각에서 날씨를 바라보며 일상을 가꾸어 나간 기록이다. 화가의 몸을 감싸는 청량한 공기와 높이 떠 있는 구름,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산책길에 만난 이웃과 고양이들이 사계절을 함께 통과하는 여정을 담았다. 마치 한 권의 시집처럼, 화면과 화면을 연결하는 자유 연상이 미묘한 아름다움의 세계를 열어 보인다. 김은정의 그림을 하나하나 눈에 담으며, 조금은 유연해진 마음으로, 다가올 새 계절의 즐거움을 기다린다.

 

「우리가 만든 날씨」 中 발췌 | 홍예지(미술비평)